고양이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HCM (비대성심근증)

8.벌써 2년 차, 여전히 행복하게

Briana_lee 2022. 9. 19. 03:24

#HCM확진 2년 차, 잘 지내고 있을까? 그렇다!

보리가 '폐수종'으로 죽을 고비를 겪고 햇살이도 확진을 받았을 때 애들이 3개월이라도 버텨줄까 싶었던 걱정이

어느새 2년이 지났고 현재는 여전히 행복하게 잘 지내는 중이다:)

햇살이는 몸에 비해 발이 큼직해서 발만 만지면 중대형 고양이같아 귀엽다!!!!!

 

의자 사이 이불 속에 들어가는 건 어릴 때 특권이지 고럼고럼~!

 

막 자다 깬 고창석 아저씨냥

그간 보리는 4번의 검진, 햇살이는 2번의 검진을 받았다.

보리는 HCM으로 인한 발병이 일어났기에 6개월에 1번이고

햇살이는 아직 발병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1년에 1번이다.

 

결과는 둘 다 '변화가 없다.'이다.

사실 이 현재의 결과가 '좋다.'의 결과보다는 '흠-.'정도의 결과이다.

주치의 선생님께 2년만에 어렵게 물어본 질문이 있다.

"HCM이라는 게 계속 진행되어 악화가 된다던데 우리 애들이 이렇게 2년 동안 변화가 없다면 좋은 건가요?"

이 질문을 총 6번의 검진을 하면서 2년 만에 묵혀놨다 질문을 한 이유는 기대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역시나 선생님의 대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이 병이 고양이들마다 정말 천차만별로 증상이 나타나고 진행속도도 다르기에 현재 진행이 안되고 있어서

다행이긴 하나 그게 좋아졌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해주셨다.

처음 보리 HCM 약을 정기적으로 먹이자는 얘기를 하셨을 때 선생님의 말이 너무 기억에 또렷이 남았었다.

"안타깝게도 고양이 HCM과 관련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강아지에 비해 관심도가 적어서

연구 결과도 적기에 전문 사료도 없고 약에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 말을 들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HCM의 대한 발전은 없는 듯했다.

 

그래도 아직 2년이 지나면서 HCM으로 인해 아팠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잔병치레도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집사 부부가 보리와 햇살이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1. 1박 2일 여행을 가지 못했었는데 이젠 1박 2일 여행은 다녀온다.

원래 하루에 12시간 간격으로 2번의 약을 먹어야 하고 갑자기 약을 안 먹으면 안 좋아진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집사 부부는 절대 같이 외박은 못했었고 따로 여행을 다니곤 했었는데

(아프시고 연로하신 부모님께 효도여행시켜드리고 싶고 캠핑 중독, 서핑 중독, 역마살만 4개를 소유한 집사 부부로써는 정말 고충이었다...)

한 번은 보리가 약을 삼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약을 깨물어 거품토를 한 적이 있어서 병원에 급히 전화를 했었다.

"입에서 터져서 약을 조금 삼키긴 했을 텐데 추가로 또 급여를 해야 하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하루 이틀 정도 약 먹는 용량이 달라진다고 해서 변화가 막 일어나진 않으니 지금 추가로 먹이지 마시고

원래 시간에 맞게 다음 약을 먹여주세요."라고 하셨다!

그렇다는 것은 아침 약을 먹이고 여행을 가서 다음날 아침에 돌아와서 약을 먹어도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한 생명을 책임지고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으면서 아픈 고양이를 두고 어떻게 여행을 갈 수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슬픈 일이 있다고 해서 계속 울고 있는 것보다는 적당히 타협이 가능한 선이 있다면 타협을 하기로 했다.

집사 부부가 지치지 않아야지 오래 이루어지는 긴 투병기간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2번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 다녀온 뒤에 검진도 받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안일하고 부주의한 게 아니고 적정선을 찾아가는 중이다.

 

2. 소량의 간식과 짧은 시간의 사냥놀이를 재개했다.

얘네는 자기가 아픈지 모른다. 별다른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정말 모른다.

근데 간식도 풍부했고 사냥놀이도 재밌었던 시절에서 갑자기 없어지니

애들이 2달쯤 됐을 때 무기력증에 걸린 고양이처럼 하루 종일 잠만 잤다....ㅜㅜ

푸드 퍼즐도 처음에야 흥미를 보였지만 2주 정도 반복하니 간식이 있었도 잠을 자기 바빴다.

그래서 긴 고심 끝에 소량의 저염 간식과 2분 정도의 과격하지 않은 사냥놀이를 재개했다. 진짜 너무너무너무 행복해한다!

1년 6개월 정도 했는데 검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정도는 해도 되고 행복하면 됐다 싶다.

 

3. 행복하게 지내게 하고 아프면 빠르게 보내주기로 다짐했다.

동물들은 참 신기하게도 사람과는 전혀 다르게 신체 탈락에 대한 우울감이 없다고 한다.

만약 다리를 다쳐 다리를 절단해도 아픈 다리를 가지고 지내던 때보다 아픈 다리가 없어진 시점부터 더 잘 지낸다는

여러 수의사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보았다.

아픔이 찾아와 멀쩡한 생활을 못하고 의식만 있는 상태에서 아픔을 견디며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아픔을 끝내는 게 동물들에게는 행복인 것이다.

실제로 보리의 폐수종으로 인해 급하게 갔던 병원에서는

만약 증상이 더 심해지면 더 이상 고통 속에 있지 않게 안락사를 빠르게 결정하는 게 고양이를 위한 선택이라고 하셨기도 했다.

말도 못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고양이는 아픔의 원인을 알 수도 없고 이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아픔을 낫게 해 주지도 못하면서 좀 더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며 생명을 연장하는 보호자는 되기 싫다는 생각이 지금은 더 크다.

아픔을 낫게 할 수 있는 병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HCM은 발병한다면...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다.

그러니 아프기 전에는 최대한 행복하게 지내기로 다짐했다.

눈만 마주쳐도 골골송을 부르는 보리와 햇살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참 쉬워서 오히려 고맙다:)

 

오랜만의 근황이라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었지만 아직까지 제 블로그를 찾아와 주시는 집사님들께는 조금 이마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